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잘 떠올리기

사서함 110호의 우편물, 이도우


그럴땐 미치겠어.
꼭 사랑이 전부 같잖아.

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벌써 다섯번째 읽으면서도 항상 이 대사에는 속수무책 무너져버린다. 사실 이 대사뿐이겠는가.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읽을때마다, 읽고난 후에도 그 여운이 길어 헤어나오기가 참 힘들다. 은은하게 져가는 노을같은 책이랄까.

읽을때마다 꾸준히 책 속으로 빠져든다. 무심한듯 그렇지만 어쩌면 이보다도 솔직하고 담백한 고백이 있을까 싶은 이건. 그리고 소심하지만 그래도 참을 수 없게 터져버리는 감정이 앞에선 기침같은 고백을 터뜨리는 공진솔. 참 담백한 두 사람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처럼, 조금은 불안하고 위태로워보일지라도 은은히 떠가는 배처럼 마음을 키워가는 것이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짠하게 아려온다.

P.230-236

감기는 어깨로 들어오는거라며
그걸 막아주겠다며 어깨를 감싸는 남자.
​어깨에 와 닿은 손의 감촉이 따뜻했고
그의 체온이 건너오는게 사랑스러웠다.

라고 생각하는 여자.



​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,
이런게 시랑이 아니면 또 뭐란 말이야

조금은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, 그래도 저런 가슴이 설레이고 심장이 뛰는 감정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서 눈물이 났다.

​부질없는 환상일지리도,
스쳐가는 바람이
풍차날개를 건드리는 것일지라도,
한번은 믿어보고 싶었다.
그의 입맞춤와 포옹을.
그가 시작하는 사랑을.






소심하고 조심스럽지만, 어쩌면 절제된 감정들이 마음을 아프게 할 수도, 답답해보일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느리지만 깊게 마음을 들여다보는 관계가 있을 수 있다면- 그래서 끝끝내 서로를 알아보고 소중히 여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미 지나온 시간들은 충분히 값진 시간이 아니었을까. 느리더라도 깊게, 그게 상처의 순간이었을 지라도 끝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만 있다면. 얼마나 좋을까,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인지.

심장을 뛰게하고, 언제봐도 면역이 안되는 남자. 선수같고 바람둥이 같은 말들도 담백하게 진심을 꾹꾹 눌러담아 전하는 이 남자. 나 진짜 책속에 있는 이 남자가 너무 좋다 ㅜㅜ 어쩌면 좋지.

항상 이쯤되면,
언제나 이건 앓이!



⭐️
내 머릿속 이건의 가상캐스팅은,
무심한듯 사려깊고, 과하지만 담백하고,
웃으면 나를 무장해제 시키는
조금은 생각보다 더 섹시한 그런,
엄기준 같은 남자 ㅋㅋㅋㅋㅋㅋ (지극히 개취)


​​사서함 110호의 우편물,
그리고 오늘의 음악은 콜드플레이-Everglow